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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로열층, 로열동 기준이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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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아파트 단지. 뉴스1

대한민국 부동산, 특히 아파트시장에는 다양한 경계(境界)가 있다. 지역이나 단지마다 다른 아파트 가격처럼 금세 눈에 띄는 경계는 알아채기 쉽다. 반면 당장 가시화되지 않는 여러 경계도 아파트 가치를 판가름한다. 부동산시장 변화를 감지하려면 이 같은 경계의 변화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하이엔드 브랜드’ 선호도는 커져  

최근 부동산시장에서 흐려지는 경계 중 하나는 로열층과 로열동(棟) 기준이다. 과거에는 아파트에서 높은 층이 곧 로열층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부동산시장에선 로열층 기준이 달라졌다. 한국 도시 환경이 성숙해지면서 공원과 하천이 잘 정비되고 높은 랜드마크도 여러 개 생겨났다. 높은 층이라도 집에서 누릴 수 있는 매력적인 풍경이 가려진다면 로열층이 아니게 된 것이다. 반면 비교적 낮은 층 아파트라 해도 탁 트인 조망이 보장된다면 집값이 높게 평가된다. 

아파트 로열동 기준도 많이 바뀌었다. 거주하는 사람의 생애주기나 가구원 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선호하는 동이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가령 아파트 단지 내 커뮤니티 공간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에겐 이런 시설에서 가까운 곳이 로열동이 될 수 있다. 고밀도 도시에 지쳐 여유 있는 생활환경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다른 동과의 거리가 먼 동을 로열동으로 여길 것이다. 앞으로 재택근무가 보편화된다면 ‘역세권에 인접한 곳이 로열동’이라는 공식도 흔들릴 수 있다. 

도시 전체로 시야를 넓히면 주거·상업·업무지구 같은 토지 이용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저성장 시대에 도시 쏠림 현상이 오히려 강해지면서 복합적, 효율적 토지 활용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가령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공간혁신구역’ 후보지를 선정했다. 토지 용도나 밀도의 제약 없이 다양한 기능을 갖춘 도심 성장 거점으로 삼기 위해서다. 서울 양재역(GTX·광역버스 복합환승센터 및 서초구 청사 복합개발)과 김포공항역(드론 등 미래형 교통 허브), 독산동 공군부대(기존 군부대를 압축적으로 배치해 산업·주거·업무시설 조성) 등 후보지들의 청사진을 보면 도심 핵심지를 복합적으로 개발하는 게 뼈대다. 다만 주거, 상업 등 토지 용도를 기준으로 하는 기존 인허가 체계와 건설업계의 수익 구조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부동산시장에서 굳어지는 경계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아파트 브랜드 간 경계다. 2015년 이후 아파트 브랜드 파워의 주된 지표가 되는 ‘시공능력평가’ 톱5에는 큰 변화가 없다.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DL이앤씨 등 기업이 1군 아파트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모습이다. 특히 이들 선두권 건설사가 지난 10년간 디에이치(현대건설), 써밋(대우건설), 아크로(DL이앤씨) 등 하이엔드 아파트 브랜드를 론칭한 점이 눈에 띈다. 부동산 가치가 양극화되면서 서울 최상급지의 경우 3.3㎡당 1억 원 시대를 맞았다. 이런 흐름 속에서 주요 건설사가 하이엔드 브랜드를 앞세워 아파트시장 점유율을 공고히 한 것이다. 

최근 부동산시장에 정착한 또 다른 트렌드로 ‘리딩(leading) 아파트’ 단지명이 있다. 지역별 부동산 시세를 선도하는 주요 아파트 단지의 이름을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확인된다. 필자가 최근 부동산 정보 애플리케이션 ‘호갱노노’에서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한 지역별 주요 아파트를 살펴본 결과 단지명이 8글자를 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강남 학군 1번지에 있는 ‘래미안대치팰리스’나 반포 한강변의 ‘아크로리버파크’ ‘래미안원베일리’, 송파구 대장 아파트 ‘헬리오시티’, 강남 4구로 자리매김한 강동구의 ‘올림픽파크포레온’ 등이 대표 사례다. 주요 아파트 단지 이름이 8글자를 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이와 관련해 심리학자 조지 밀러가 주장한 ‘밀러의 법칙’은 일종의 힌트를 제시한다. 밀러의 법칙에 따르면 인간의 단기 기억에서 한 번에 쉽게 처리하고 기억할 수 있는 정보 덩어리는 7개를 중심으로 ±2개, 즉 5∼9개라고 한다. 아파트 브랜드 이름의 매직넘버라 할 수 있는 8에는 인간 뇌와 관련된 비밀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GETTYIMAGES

‘리딩 아파트’ 이름 8글자 안 넘는 이유?

부동산의 입지 가치를 평가하는 척도는 갈수록 다종다양해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부동산시장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디테일’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방자치단체마다 다른 인프라 관리 능력이다. 가령 최근 각광받는 하천 수변공원을 예로 들어보자. 같은 하천이라 해도 수변 공간이 잘 관리된 구간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지자체마다 수변 정비 정책이나 예산 확보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행정구역이 바뀌는 경계를 기점으로 각종 도시 인프라와 환경이 크게 바뀐다면 부동산 가치 측면에서 허투루 볼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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