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죽여버린다. 앞길 막아줄게"…한국마사고 승마 교사, 졸업생 4명 폭언·폭행 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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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가 주관하는 경마 경기. 본 기사와 관련 없음. 연합뉴스
경찰, 수사 착수…“머리채 잡기, 박치기 강요”
전북 장수에 있는 한국마사고등학교(이하 마사고)에서 승마 지도 교사로 근무하는 A씨(40대)가 수년간 학생들에게 폭언·폭행을 일삼았다는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A씨는 “근거 없는 모함”이라고 펄쩍 뛰면서 진실 공방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장수경찰서는 2일 “전날 아동복지법 위반(상습아동학대)·폭행·특수폭행·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제추행) 혐의로 마사고 기간제 교사 A씨를 처벌해 달라는 고소장을 받았다”며 “다만 미성년자 시절 발생한 폭행·학대·추행 혐의가 포함돼 전북경찰청 여성청소년과로 사건을 이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03년 문을 연 마사고는 승마 선수·기수를 비롯해 말 조련사·재활승마지도사·장제사(말발굽 관리인)·마필관리사·조교사 등 말 산업 전문 인재를 양성하며, 현재 승마선수단을 운영 중이다. 전교생 약 30명이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경찰에 따르면 B씨(20) 등 마사고 남녀 졸업생 4명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재학 중 A씨의 욕설·협박, 머리채 잡기, 학생끼리 박치기 강요, 강압적 지시 등에 시달렸다고 주장한다. 고소장엔 선수단 중심 말 배정과 기승 기회 제한 등 A씨가 승마 지도 권한을 남용해 이들을 차별·통제했다는 진술도 담겼다.
한국마사고 승마 지도 교사 A씨를 처벌해 달라는 고소장. 사진 고소인 측 변호인
“‘문신 보이면 찢어 죽여버린다’ 협박”
B씨는 “2022년 한 간담회에서 학교 측에 ‘선수단 외 말 사용 불가’ 규칙에 문제를 제기해 ‘자격증 준비를 위한 기승 훈련 목적이라면 사용할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지만, 이후에도 A씨는 계속해서 말 타는 기회를 빼앗는 등 보복했다“며 “같은 해 6월 학교 실내 마장에서 다른 학생과 선수단 말을 몰래 탔다는 이유로 A씨에게 멱살을 잡힌 채 뺨을 두 대 맞았다”고 주장했다. 2023년엔 프랑스 외부 교관 수업에서 질문한 뒤 전교생 앞에서 A씨로부터 “싸가지 없다” “죽여버린다” 등 모욕을 당했다는 게 B씨 주장이다.
폭행 의혹도 제기됐다. B씨는 “2022년 10월 학교 식당에서 ‘조용히 먹으라’는 지시에도 친구와 대화했다는 이유로 A씨가 우리 머리를 강제로 박치기시키고 식사 도중 머리채를 잡은 채 소각장까지 끌고 나가 강압적으로 지도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어린 시절 실수로 몸에 문신이 많아 학교에서 이를 가리고 다녔지만, 기숙사 방에서 상의를 벗고 있던 중 A씨가 이를 발견하고 ‘문신 보이면 찢어 죽여버린다’ ‘반팔 입지 마라’고 협박했다”고 했다.
C양(19·여)은 “A씨가 오후 7시 이후 수차례 여자 기숙사에 무단 출입해 샤워 중이던 여학생들이 밖으로 나오지 못할 정도로 불안에 떨었다”며 “그런데도 마주치면 A씨는 ‘너희가 나오지 마. 기다려’라고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D씨(20)는 “2021년 11월 오후 11시쯤 A씨가 승마장으로 불러내 ‘말 분비물이 가득 차 하수구가 막혔으니 전부 치우라’고 지시해 이튿날 새벽 1시까지 혼자 하수구를 청소했다”며 “고된 작업에 불만을 표시하자 ‘내가 X밥으로 보이냐. 이제 시작’이라고 보복을 예고했다”고 했다. E군(19)은 “마사고 재학 3년 동안 A씨는 선수단에게 ‘후배들이 잘못하면 선배들이 때려서라도 기강을 잡아야 한다’며 폭력을 부추기는 지시를 수차례 했다”고 주장했다.
한국마사회 제주목장에서 활동 중인 시정마(교미 때 암말에게 혈통 좋은 수말이 채이지 않도록 암말의 기분만 떠보는 말). 본 기사와 관련 없음. 최충일 기자
교사 “폭언·폭행 없었다”…학교 “계약 해지 검토”
A씨는 반복적으로 “말 산업에서 너희 하나쯤 없애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 “앞길 막아줄게” “이 학교에선 나를 자를 수 없다” 같은 말로 위협했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B씨 등은 “학교 안에서 A씨 말은 곧 법이었다”며 “하지만 지도 교사의 지위가 진로·평가와 직결돼 문제 제기 자체가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A씨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학생 지도 과정에서 큰 목소리를 낸 적은 있지만, 폭언·폭행은 결코 없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훈육 차원이었다”는 취지다. A씨는 “2022년 식당에서 학생들이 서로 욕하며 싸워서 뒷목을 잡고 밖으로 데리고 나가 혼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기승 기회 통제 의혹에 대해선 “말은 500㎏이 넘는 위험한 동물이고, 교관 지도 없이 마장에 내려가 타는 것은 규정상 금지”라며 “학생 두 명이 몰래 말을 타 지적한 적은 있다”고 했다. 여자 기숙사 무단 출입 의혹에 대해 그는 “여학생 한 명이 알러지 악화로 학부모 요청을 받고 여자 사감에게 먼저 알린 뒤 다른 학생과 동행해 확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전북교육청은 “2021~2025년 비슷한 민원이 수차례 제기돼 현장 조사와 학생·교사 면담을 거쳐 ‘A씨 일부 언행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학교 측에 신분상 처분을 요구했다”며 “이에 학교장이 A씨에게 구두로 경고했다”고 했다. 또다시 논란이 불거지자 마사고 측은 진상 파악에 나섰다. 마사고 관계자는 “양측 의견이 엇갈리는 만큼 사실관계 확인 후 A씨의 계약 해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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