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에 돈이 어디 갔나 했더니”… ‘4300억’ 행방 밝혀지자 서민들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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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 눈앞에서 사라진 4300억
도덕적 해이, 금융권 전반 확산
“이자 갚으려고 아끼고 또 아꼈는데, 이런 곳에서 줄줄 새고 있었다니…”
신뢰의 상징이던 은행이 대규모 부당대출의 온상이 된 사실이 드러나며 국민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 농협 등에서 약 4300억 원의 부당대출이 수년간 이어져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현직 임직원부터 퇴직자, 심지어 임직원 가족까지 조직적으로 연루되며,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 사건은 단순한 금융 사고를 넘어, 한국 금융시스템 전반의 신뢰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조직적 부패, 은행 내부에서 시작됐다
금감원이 지난 3월 발표한 검사 결과에 따르면,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에서는 전·현직 임직원 20여 명이 부당대출에 관여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들이 7년에 걸쳐 저지른 대출은 최소 882억 원에 달한다.
사건의 중심엔 퇴직자 A 씨가 있었다. A 씨는 기업은행에 다니는 배우자, 입행 동기와 함께 점포 입점 청탁, 허위 서류 작성, 골프 접대 등 온갖 수법을 동원해 조직적인 대출 커넥션을 구축했다.
금감원은 “A 씨가 은행 내 사모임 5곳에 꾸준히 참여하며 네트워크를 다졌고, 이를 통해 대출을 승인받은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8월 내부 제보로 이 사건을 인지하고도 12월까지 금융당국에 알리지 않았다.
그사이 일부 사건은 자체 조사로 덮였고, 이후 금융당국의 검사에 소극적으로 협조하며 사고 축소를 시도한 정황도 드러났다.
회수되지 못한 대출금 535억 원 가운데 95억 원은 이미 부실화됐다. 이 금액은 고스란히 국민이 부담할 리스크로 전가된다.
우리·농협까지…곳곳에서 터진 ‘도덕적 붕괴’
농협조합에서는 또 다른 충격적인 실태가 밝혀졌다. 법무사 사무장 B 씨가 매매계약서를 변조하고, 실거래가 신고 의무의 사각지대를 악용해 총 392건, 1083억 원의 부당대출을 중개한 것이다.
B 씨는 10년 이상 조합 업무를 담당하며 조합 임직원들과 유착 관계를 맺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은행에서는 지난 5년간 무려 2334억 원의 부당대출이 집행됐다. 이 중 730억 원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이 연루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더했다.
금감원은 “손 전 회장 재임 당시, 여신 심사 기준이 대폭 완화돼 부당대출의 빗장이 열렸다”고 분석했다.
더 큰 문제는 사고 발생 후에도 이를 숨기려 했다는 점이다. 우리은행은 해당 사실을 알고도 금융당국에 5개월 동안 보고하지 않았으며, 내부 신고 시스템도 유명무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대출 사고가 반복된 근본 원인은 조직 내 온정주의 문화와 제 식구 감싸기 분위기”라며 “일부 직원은 금융사고 이후에도 제대로 된 징계를 받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금융 시스템 전반에 드리운 그림자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저축은행과 여신전문금융회사, 가상자산거래소 ‘빗썸’까지 내부통제 부재로 각종 부당 거래가 줄줄이 드러나고 있다.
빗썸의 경우, 전·현직 임원 4명이 고가 사택을 ‘셀프 승인’하고 사택 제공을 가장해 개인 부동산의 잔금을 납부한 사실이 적발됐다.
여신전문금융사의 실장 한 명은 친인척 명의로 법인을 세우고, 본인을 이사로 등재한 뒤 25건, 121억 원의 부당대출을 실행한 사례도 있었다.
이처럼 금융기관의 내부통제 부실은 규모와 형태를 가리지 않고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금감원은 “윤리 규정이나 이해상충 방지 제도가 선언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어 실제로는 효과적인 통제가 어렵다”고 지적하며, 오는 6월까지 금융권 전반에 대한 내부통제 전수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출발점은 명확하다. 누가,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부당대출을 주도했는지, 그 전모를 하나하나 밝혀내는 것이다.
자금의 흐름을 끝까지 추적하지 않는다면, 무너진 금융 시스템의 신뢰는 결코 다시 세워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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