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 랭킹
경험치 랭킹

수년 공부한 결과가 이거냐… 편의점·택배 알바 뛰는 회계사들, 왜

컨텐츠 정보

본문



공인회계사 선발 인원 정상화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인회계사 선발 인원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 

대학교 졸업 후 수년간 공부해 공인회계사(CPA) 시험에 합격한 A씨(27)는 요즘 택배 배송과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자격증은 있지만 어떠한 곳에도 소속되지 못한 ‘미지정 회계사’이기 때문이다. 그는 8일 중앙일보에 “수습 회계사 모집 공고가 뜰 때마다 빠짐없이 지원하고 있지만 서류 전형에서 모두 탈락하고 있다”며 “지난 몇 년간 취미와 친구 관계를 다 포기하고 공부에만 전념한 결과가 이러니 너무 힘이 든다”고 토로했다.

비슷한 처지의 B씨(26)는 다시 책을 폈다고 한다. 그는 “회계 법인 수십 곳에 지원했지만 모두 합격하지 못했다”며 “회계사 시험만 준비하느라 다른 스펙을 쌓아두지 못한 ‘내 탓’인가 싶어 최근 빅데이터·컴퓨터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미지정 회계사인 C씨는 “장기간 취업이 안 되니깐 우울증이 심해져 요즘 정신과에 다니면서 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 8대 전문직 중 하나인 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했음에도 받아주는 수습 기관이 없어 허덕이는 ‘미지정 회계사’가 늘고 있다. 회계사 합격자는 회계 법인이나 일반 기업에서 수습 기간(2~3년)을 거치고 나서야 공인회계사로 등록할 수 있다. 이날 ‘공인회계사 선발 인원 정상화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회계사 40여 명도 정부서울청사 본관 정문 앞에 모여 “수습 회계사 미지정 사태를 즉시 해결하고 관련 규정을 제대로 정비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회계사 합격자 26%만 수습기관 등록 

한국공인회계사회·한국회계학회·회계정책연구원이 연구해 지난달 3일 발표한 ‘회계사 수습기관 운영 현황 및 개선방향 연구’에 따르면, 올해 회계사 합격자 1200명 중 수습기관 등록자는 10월 말 기준 338명(26%) 뿐이었다. 이는 올해 등록자의 상당수가 전년도 합격자라는 뜻으로 ‘취업 N수’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는 의미다. 2024년 합격자 중 206명도 여전히 미취업 상태다. 이른바 빅4(삼일·삼정·한영·안진) 회계법인 등은 매해 800명가량의 신입 회계사를 뽑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전문가들은 정부의 수요 예측 실패를 원인으로 지적한다. 2018년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와 표준 감사 시간제를 골자로 한 외부감사법이 전면 개정된 이후 회계사 수요가 늘어나면서 금융위원회는 합격자 수(2018년 850명→2023년 1100명)를 점진적으로 늘려왔다. 여기에 더해 2024년 8월엔 감사원이 “비회계법인의 감사 분야 회계사가 부족해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선발 인원이 1250명까지 증원됐다. 회계사의 사업 영역은 크게 ▶회계감사 ▶경영자문 ▶세무자문 등으로 나뉘는데 이 중 감사 부분이 인력난이 심했기 때문이다.

정부 수요 예측 실패가 원인

하지만 지난해부터 업황이 침체하면서 회계 법인들의 채용 규모가 줄기 시작했다. 이외에도 일부 법인들이 인공지능(AI)을 도입하면서 신입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었고 수급 불균형도 일어났다. 한국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통화에서 “감사 분야만 인력이 부족하고 경기를 타는 나머지 부문은 오히려 과잉 공급된 상황인데 정원을 단순히 늘리는 대책을 썼던 게 맞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인기 분야 의사들은 넘쳐나지만 비인기 전공의는 늘상 부족한데 단순히 의대 정원을 증원하는 방안을 쓴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 

결국 금융위가 지난달 4일 내년 선발 예정 인원을 50명 줄인 1150명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회계사들은 “이 정도 대책으론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회계법인들도 내년 채용 인원을 올해보다 20%가량 줄이겠다는 계획을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황병찬 청년공인회계사회 회장은 “긴급 처방을 하지 않으면 내년에는 대기 인원이 더 많이 쌓이게 될 것이 뻔한데도 정부가 왜 잘못된 추계를 고수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금융위는 회계법인뿐 아니라 정부·공공기관·공기업까지 실무 수습 기관으로 활용하는 등의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관련자료

댓글 2
자유게시판
RSS
제목
이름
고화질 스포츠중계 보기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