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맨도 소비자도 "반대"…새벽배송 금지, 누굴 위한 규제?
컨텐츠 정보
- 14 조회
- 2 댓글
- 목록
본문
새벽배송 10년, 존폐 기로(上)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중심으로 국내 유통 시장 판도를 바꾼 '새벽배송' 시스템이 10여년만에 존폐 기로에 섰다. 민주노총이 최근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 심야(0~5시) 시간대 배송 전면 금지를 제안하면서다. 새벽배송이 더욱 발전시켜야 할 유통 혁신인지, 택배 근로자 과로사 방지를 위해 축소해야 할 시스템인지 머니투데이가 들여다봤다.
수천만 소비자 '발목', 소상공인도 '휘청'..새벽배송 금지 '후폭풍'
①사회 인프라로 자리 잡은 새벽배송
"맞벌이 부모에게 새벽배송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일상을 지탱하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새벽배송 금지 반대 청원글 내용이다. 지난달 민주노총(이하 민노총)이 택배 근로자 휴식권 보장을 위해 제안한 '새벽배송(0~5시)' 금지 방안이 공론화되자 평온한 일상이 깨질 것을 우려하는 소비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실제로 우리 국민 상당수는 새벽배송의 '충성 고객'으로 파악된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과 컬리, SSG닷컴, 오아시스마켓 등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채널을 통해 새벽·당일배송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은 약 2000만명에 달한다. 주문자 외에도 실질적으로 새벽배송으로 받은 먹거리와 생활용품을 사용하는 소비자까지 고려하면 그 규모는 훨씬 크단게 업계의 전언이다.
전날 오후, 저녁 시간대에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7시 이전에 상품이 도착하는 새벽배송 시스템은 2014년 도입됐다. 촘촘한 전국 물류망이 갖춰져 서비스 품질이 개선된 2018년부터 이용자가 급증했다. 산업연구원 등에 따르면 2018년 5000억원이었던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올해 약 15조원으로 7년여만에 30배 늘어났다.
이에 따라 새벽배송이 금지되면 사회경제적 손실 규모가 상당할 전망이다. 한국로지스틱스학회는 최근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서 "새벽배송과 주7일 배송이 전면 금지되면 최대 54조3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구체적으로 이커머스와 소상공인 매출이 각각 33조2000억원, 18조3000억원 감소하고 일자리 감소 등에 따라 택배 산업도 약 2조8000억원의 손실이 날 것으로 추정됐다.
최동현 중앙대 국제물류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새벽배송과 주7일 배송이 도입되면서 관련 시장에 약 6조원 상당의 부가가치가 창출됐고, 1만9000명가량의 취업·고용 효과가 발생했다. 새벽배송이 금지되면 고용 시장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단 의미다.
업계에선 "새벽배송 중단은 사실상 영업을 중단하란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소상공인 단체도 "난데없는 새벽배송 금지 논의는 생존의 위협"이라며 민노총의 제안에 반기를 들었다.
노동계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새벽배송 전면 금지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단계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과제"라고 선을 그었다.
반발 여론이 확산되자 민노총은 "초심야(0~5시) 배송을 제한하고, 오전 5시 출근조를 운영해 긴급한 새벽배송을 유지하는 방식"이란 입장을 내놨다. 이에 대해 쿠팡 노조는 "오전 5시부터 배송하면 간선 기사들과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밤새워 일해야 하고, 일자리를 잃은 새벽배송 기사들은 야간 물류센터나 간선 기사로 내몰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상이 된 새벽배송..소비자도·택배기사도 "금지 안돼"
②"심야배송 중단하면 누가 불편해지나"..택배기사 93%·소비자 64% '반대'
쿠팡의 심야배송(0~5시)을 둘러싼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민주노총(이하 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동조합(이하 택배노조)가 "밤 12시부터 오전 5시까지 배송을 금지해야 한다"며 '심야노동 철폐'를 들고나오자, 쿠팡은 "심야배송은 이미 생활 인프라로 자리 잡았고 물류 효율성 측면에서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새벽배송 금지 논의는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주도로 출범한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 민노총과 택배노조가 심야 노동 개선을 이유로 제안한 뒤 정치권으로 확산됐다. 민노총 택배노조는 "심야배송 강도와 위험이 과도하다"면서 '심야노동 금지'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쿠팡의 배송을 담당하는 위탁 기사들의 의견은 전혀 달랐다. 쿠팡 위탁 택배기사 약 1만명이 소속된 택배영업점 단체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가 소속 기사 24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93%가 민노총의 '심야배송 금지'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쿠팡도 심야배송의 필요성을 물류 구조 측면에서 설명하고 있다. 오전 7시까지 도착하는 '새벽배송' 물량은 특정 권역에 집중돼있어 밀집도가 높고, 심야 시간대 배송도 낮보다 교통환경이 안정적이어서 동선 낭비가 적은데다 작업 효율이 20% 이상 높단 것이다. 기사 입장에서도 동일한 시간 대비 배송 건수가 늘며 주간 대비 1.5~2배 수준의 수익을 벌 수 있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단게 쿠팡측 입장이다.
실제 설문 결과에서도 심야배송의 장점으로 '주간보다 교통혼잡이 적고 엘리베이터 사용이 편하다(43%)'란 응답이 가장 많았고, '수입이 더 좋다(29%)', '주간에 개인시간 활용 가능(22%)', '주간 일자리가 없다(6%)' 등의 의견도 나왔다. 응답자의 70%는 "야간배송을 규제하면 다른 야간 일자리를 찾겠다"고도 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노총)도 "새벽 배송 금지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현실적으로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만 하는 노동자들이 있고 또 새벽 배송이 꼭 필요한 소비자층도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CJ대한통운·한진 등에 속한 일반 택배기사 6000여명이 가입한 것으로 알려진 비노조택배연합측도 적은 교통량과 짧은 이동시간, 낮은 업무강도 등의 장점으로 새벽배송이 택배기사에 유리해 민노총 입장에 반대 의사를 표시한 상태다.
이에 대해 민노총은 "새벽 배송 전면 금지를 주장하지 않았다"며 "오전 5시 출근조가 긴급한 새벽 배송을 담당하는 안을 제시했을 뿐"이라고 한발짝 물러섰다. 하지만 쿠팡은 민노총이 주장하는 0~5시 배송금지 자체가 곧 새벽배송 금지라고 선을 그었다. 택배기사가 적재된 물량에 따라 100~200가구 이상 돌아다니는데 2시간만에 고객을 찾아 배송하는 구조는 불가능하단 지적이다.
민노총 택배노조에 따르면 쿠팡 택배기사의 하루 평균 다회전 횟수는 2.3회, 캠프와 배송지를 오가는 거리는 평균 35.5km로 평균 1시간18분이 걸린다. 오전6시면 차량 이동량이 급격히 늘어나는 서울과 경기권에선 7시 이전 배송이 사실상 불가능하단게 쿠팡측 분석이다.
일각에선 "굳이 오전7시까지 배송을 반드시 해야 하냐"는 의견도 있다. 반드시 필요한 물품을 제외한 나머지는 새벽배송이 필요하지 않단 측면에서다. 하지만 이마저도 소비자 인식과는 거리가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9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4.1%가 '심야배송이 중단되면 큰 불편을 겪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미 식자재를 새벽에 공급받아 영업을 준비하는 중소상공인은 물론 시간 활용에 제약이 큰 워킹맘·1인 가구 등 많은 소비자가 새벽배송에 의존하고 있단 의미다.
쿠팡 관계자는 "새벽배송이 반드시 필요한 물품 역시 소비자의 상황에 따라 다른데 그것을 특정하고 제한하는 것 자체가 서비스 품질을 낮추는 일"이라고 말했다.
-
등록일 09:56
-
등록일 09:54
-
등록일 09:50
-
등록일 09:4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