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서 잠자리는 ~

젊어서 잠자리는 포근했는데, 이제는 밤마다 이리저리 뒤척이며 별별 생각 다 하다가, 결국 뜬 눈으로 날을 샙니다. 긴 하품은 덤이죠.

밥 먹고 나면 식곤증으로 꾸벅꾸벅 졸다가 침까지 흘립니다. 누가 봤을까 놀라서 얼른 훔쳐내죠.

구두가 불편해서 운동화를 신었더니, 푹신한 걸음으로 사뿐히 걷다가 중심 못 잡고 뒤뚱거리다 넘어져서 민망합니다.

까만 정장에 파란 넥타이가 잘 어울렸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시대에 뒤떨어진다며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차라리 등산복이 더 나아요.

머리카락 빠진 두피는 여름에는 뜨겁고 겨울에는 추워서 벙거지를 뒤집어씁니다. 그런데 손발은 봄이 와도 시리네요.

전화번호부에 저장해둔 이름들은 하나둘씩 사라지고, 이제는 누군지 기억도 안 나는 이름들을 삭제합니다.

정기 모임 날짜는 꼬박꼬박 달력에 표시해두고, 친구들 얼굴과 이름을 새기며 손꼽아 기다립니다.

늙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거라고들 하지만, 아마도 가을 논에서 허리 굽혀 고개 숙인 벼이삭을 말하는 거겠죠~~~

쏭학 don 글.....